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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愛

너무 예뻐서 안을수가 없었다.

by 이브남 2004. 3. 14.

"자.. 이게 램이예요... 이건 CPU... 글구... 메인보드가 이거구요...."


호기심 어린 눈을 동그라니 뜨고 어린아이 처럼 컴퓨터 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본다.

여자들이란 보통 기.계. 비슷한 것들엔 둔감하다. 아니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마냥 신나기만 한듯하다. 오토바이자동차를 좋아하는 여자...


"램은 방향이 있어서 거꾸로 끼우면 안되요... 자 이렇게..."

"네..."

"이게 하드예요... 여기 케이블을 같은 방향으로 여기다가... "

"아~ 이렇게 연결하는거죠?"

"네..." "그리구... 이렇게 나사를 조이면 되요"



금방금방 알아 듣는다.


"그럼... 작업 시작하니까 저쪽 컴터에서 인터넷 하구 놀아요"

"네~ "




얼마전 집에 있는 컴퓨터가 먹통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레포트도 해야하고, 메일도 확인해야 하고... 거의 울 지경이었다.

사무실로 가져오라고 했다.

그래도 괜찮겠냐... 미안하다... 바쁘진 않냐... 하더니...
오늘 아침 일찍 낑낑대며 본체를 들구 떡하니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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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하드에 점퍼가 잘못 쎄팅된거 였는데 한참 후에 알았다.

조립해준데서 그런걸 실수하다니...

덕분에 한참 동안 엉뚱한데서 원인을 찾느라,
사무실의 모든 컴터를 뜯어 놓고 난리가 아니었다.


"이거 테스트 끝나면 하드 제자리에 세팅해 놔요... 할수 있죠?"

"네~ 할수 있어요"



모가 그리 신났는지 얼굴은 싱글벙글...
호기심 가득한 눈은 그대로 동그랗다.

내가 다른걸 테스트하는 동안...
드라이버 들고 다니며 컴퓨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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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다 끝났고 말끔히 고쳐졌다.

컴퓨터 안에 수북히 쌓였던 먼지와 이마에서 흐른 땀이
안경을 뿌옇게 만들었고, 닦으려고 무언가를 찾았다.


"이리 줘봐요"

하면서 안경을 채가더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정성스레 닦아준다.


"안그래도 되는데..."

"자... 됬어요"


하더니 안경을 조심스레 씌어준다.
살짝 손가락 하나가 뺨을 스쳐갔다.

얼굴엔 만족스런 표정으로 미소가 가득했다.



순간 그녀 얼굴이 환하게 빛났고, 곧 사라지려 했다.

사라지기 전에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너무 예뻐서 그럴수가 없었다.




2004년 2월 16일...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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