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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태극기 휘날리며(TAEGUKKI)...

by 이브남 2004. 3. 14.





난생 첨으로 시사회라는걸 가봤는데...
제작진과 출연진이 나오지 않는 소위 "야메"시사회였다.

고로... 동건이와 빈이는 볼수 없었다는...
게다가 밤 10시 넘어서 하는거라 차비가 더 들었다는... -_-;

하지만 잔잔하게 여운이 도는 몇 안되는 영화로 남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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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제목이다.

학생들이 조그만 태극기 흔드는 장면은 나오지만 휘날리는 장면은 없다.
태극기 운운하며 애국이나 빛바랜 반공을 시사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다행히! 극장판 "배달의 기수"...는 아니었으나 영화제작시
울나라 군의 지원을 못받았다고 한다. ㅡㅡ;

어쨋거나 제목이 이런건...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성조기 휘날리며"라고 한것과 같다.

여기엔 감독만의 심오한 뜻이 숨어 있을텐데... ^^;

아마도 강박사님은...
이 영화가 전쟁을 배경으로 했음을 암시하는 정도로 붙인듯 하다.


영화의 주제는 "전쟁의 고통", "형제애"라는 약간 식상한 내용이지만,
후반부에 극장 곳곳에서 여성관객들의 훌쩍거리는 소리로 미루어
그렇게 허접한 스토리 라인은 아님을 알수 있다. ^^;

사실... 중간중간 눈물 글썽일 부분이 있었지만, 바로 이어지는 전투씬에
몰입됬던 감정이 풀리기를 거듭하다 막판에 몰아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영화속 전쟁에 대한 감독의 시각에 공감이 가는데...
주인공 진태형제에 대한 부대동료 영만의 대사에서 알 수 있다.


"형제 둘이 다 온거냐? 이런 개*끼들~ 한명은 남겨 둬야 제사도 지내고
부모도 모시지... 이런 조까튼 경우가... (주절주절....)"


강제로 징집되어 온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나라를 위해
총칼을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돌봐야 할 부모, 처자식, 형제들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쟁/ 자체인 것이다.
삶과 죽음, 배고픔, 부상과 고통, 공포, 복수심, 적개심...

빨리 악몽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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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강제규는 다분히 스필버그적인 인상을 풍긴다.

과거에서 현재로 오버랩 되는 부분이 그렇고, 일단 전투씬이 압권이다!
"라이언..."이나 "밴드오브..."를 많이 참고했음이 틀림없다.

초반 포격 당하는 부분과 첫 전투씬은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
그 사실감이 마치 전장터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을 준다.

M1 소총에서 클립 튕겨 나가는 소리란~ ^^

총알이 날아가는 표현을 위해 예광탄을 남발한 것이 옥의 티...
"슝슝~"하는 사운드로 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_-;

아쉬운건 후반 전투씬이 초반에 비해 좀 엉성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급한 일정에 제작진의 체력이 바닥났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당시 서울과 평양시내의 재현, 의상, 차량 등의 고증은 실로 대단했다.

M4 "셔먼" 전차, M3A1 하프트랙...

셔먼의 상부포탑과 전면, 경사진 후면 까지 정말 기막힌 복원이었다.
중요한건 그것들이 굴렁굴렁 움직인다는 것이다. ^o^

하프트랙은 엔진부위로 봐서 실차인듯...

B29 "수퍼포트리스", F86 "세이버"...

...는 CG로 실루엣만 보여 주었지만,
세심하고 꼼꼼한 고증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F86의 등장이 좀 빠른듯 싶어 내심 F4U "커세어"가 나오길 바랬는데...
강박사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 고지전에 등장시키셨다.

컴터구라픽이라 현실감은 좀 떨어졌지만 갈매기처럼 구부러진 날개로
하늘을 날아가는 "커세어"를 완벽히 재생했으니~ 대략 주금이었다.

게다가 군의 지원 없이 제작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감독의 엄청난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무기 뿐만이 아니다.

시가전씬에서 폐허가 된 평양시내라던가...
영화 종반 서울시내 전경을 복원한 세트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한다.

스케일도 장난이 아니다.

정말 10만대군중공군을 볼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 행렬도 볼수 있다.

불과 몇십초도 안되는 장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을까~
(이게 울나라에서도 가능하단 말이쥐~ @@)

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의 전개가 새로운 것이 아닌,
뻔한 스토리라는 것이 시종 떨쳐 버릴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떨어져 있던 형제의 만남을 위한 설정이 억지스럽다.

그렇다고 영화내용에 소홀하여 감동이 없는건 아니다.

마지막 진태와 진석이 부둥켜 우는 장면에서 십중팔구!
눈물 주르르 흘리지 않더라도 금새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ㅠㅠ


주인공의 캐스팅이 의외로 괜찮았다.


장동건...

역시 카리스마가 넘친다.
너무 잘 생긴것이 오히려 흠이랄까... -_-;

원빈...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싶었는데...
여리고 약하다. 약간 어벙하면서 어리광도 있다.
잘 챙겨주고 싶은 사랑스런 동생역을 무리 없이 해냈다.

이은주...

갠적으로 인상 깊었던 배우~
전에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동건, 빈과의 어울림이 무지 좋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자 얘기 좀...






선이 너무 날카롭고 차가워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화장기 없는 구릿빛 얼굴에 약간 하얗게 터버린 입술...

수건으로 진태의 땀을 닦아 주며 살며시 입맞춤 해주는 장면에서
가슴이 두근거려 죽는줄 알았다 ~.~


이제 이브남도 취향을 바꿔보려 한다 ^^;

너무 매력적인 그녀~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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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from "TAEGUK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