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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不男의 雜文

노르망디의 한국인... June 6, 1944 (전편)

by 이브남 2004. 10. 26.


"쾅"

...하며 작열하는 수류탄의 소리에...

고막이 터질듯한 압력과 귀에 물이 가득찬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마를대로 말라 먼지가 펄펄 나는 참호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고꾸라졌다.

수류탄의 폭발 때문인지, 참호 위에 쌓여 있던 모래주머니가 터지면서,
수북히 내려 앉은 모래가루에 얼굴은 분을 바른것 처럼 뿌옇게 되버렸다.

반사적으로 참호 밑으로 기어가려 했지만...
꿈을 꾸듯 멍한 머리에, 도무지 팔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이제 죽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힘을 다해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엔 파편자국이 선명한 철모가 내동댕이 쳐져 있었고...

방금전 까지 나를 짐승처럼 부려왔던,

"귄트" 하사관이...
머리가 반이나 날아간 채로 휴지 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무섭고 가여움을 느껴야 하겠지만,

정말 통쾌한 순간이었다.
머리카락이 하나하나 설 정도로 희열을 느꼈다.


그 옆엔 탄약을 가져오라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도 너덜거리는 몸으로 쓰러져 있었다.






다시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여전히 움직이질 않았다.
팔 다리를 대자로 뻗은채 바둥거리기만 할뿐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차가운 금속성 물체가 뒷덜미를 눌러댔다.
순간, 소총의 총구라는걸 느낄수 있었다.

등뒤로 들리는 서너명의시끄럽게 지껄이는 소리가,
독일어인지 소련놈들의 그것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아군-독일군이 아닌건 분명했다.






엎드린 몸을 돌리라는 총구의 지시에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보니...

쟂빛하늘을 뒤로 검은 실루엣의 병사들이 몇몇 보였고,
그들의 왼쪽 어깨에는 하얀 독수리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미.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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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mp" from Band of Broders O.S.T.- Michael K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