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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不男의 雜文

캉~ 하는 소리와 함께...

by 이브남 2005. 12. 23.

뚜껑이 열리며 이상 야릇한 그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신기한듯, 몇번이나 뚜껑을여닫으며,
라이터를 이리 저리 돌려 보고 있었다.

장난감인양 재미있게 놀고 있는 손자가 귀여웠던지...
누워있던 할아버지는먹다 남긴 과자며, 황도 건더기를 슬쩍 밀어 주며,

주름이 깊게 패인 앙상한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를 지었다.



지병이 악화된지라...
아들, 며느리, 딸들은 벌써 몇주째수발을 들고 있었다.

아이는 부모를 따라 내려왔으나...
놀 친구도 없이 하루하루가 따분하던 중 신기한 물건을 하나 찾았다.


"지포라이터"


"할아버지"에겐 지포라이터가 하나있었는데...
그 라이터를 항상 머리맡의 낮은 단상위에 두었다.

할아버지의 라이터는 아무 무늬없는 네모 반듯한 은색이었는데...
아이는 그렇게 지루할때면 할아버지 옆에서라이터를 가지고 놀았다.


호기심 많은아이 마음에...
뚜껑을 열었을때 "캉~" 하는 소리와야릇한 그 냄새가 마냥 신기했다.

몇번이나 뚜껑을여닫으며라이터를 이리 저리 돌려 본다.

처음엔 아파서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쾡한 얼굴이 내심 무서웠지만...

늘 먹을 것을 얻을수 있는 그 재미에...
어린 아이는곧잘 할아버지한테 놀러가곤 했다.



얼마 후...

가족들은 무척이나 슬프게울었고...
아이는 영문도 모른채 엄마 아빠를 따라 엉엉 울어댔다.




장례를 마치고 몇일 후...

아이는습관처럼 할아버지가 누워 있던 방을 기웃거렸다.

이제항상 누워 있던 할아버지는 없었지만...
낮은 단상 위에는 라이터가 그대로 있었다.

아이는 라이터를 집어들고 뚜껑을 열었고...
역시 "캉~" 소리를 내며그 냄새가 콧속으로 쭈욱 스며들었다.

이젠 대충 구조를 이해했는지...
과감하게 둥그런 부싯돌을 굴려 불을 켜본다.

"피잇~" 하며 라이터에서 불이 올라왔다.

아이는 두 눈을 뚱그러니 뜨고는...
지직 거리며 타오르는 불에한동안 눈을뗄 수가 없었지만,

그곳을 지나던아버지의 팔에안긴채 금세 방에서 나와야 했다.



"자...이젠 그만 집에 가야지...."




2005년 7월 13일...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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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Shoes" from TAEGUKKI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