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내내 맑고더운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의 음악은...
밝고 화사하며 따뜻하다.
일년중 맑은 날을 손꼽을 정도로 비가 많은 영국의 음악은...
어둡고 무거우며 우울하다.
그래서 전자를 프랑스풍(francais), 후자를 영국풍(anglais) 이라고 한다.
바흐의 건반곡 중에도 프랑스조곡과 영국조곡이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이 둘의 분위기는 꽤나 대조적이다.
물론 독일이나 네덜란드도 비와 안개가 많아 늘 흐리지만,
이 동네의 음악은... 느낌이 좀... 다르다.
시원하고 차분하며 상큼하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북부에 이르는이 플랑드르 지방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사람들이 살고 있다.
르네상스 이후 늘...
유럽 예술과 과학의 중심지였으니,이런데서영국과는 꽤다른 느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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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이브남의 관심은영국풍 이다.
영국의...어둡고 무거운 우울함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어둡고 무거운 우울...
...은 브론테 자매의 소설에 잘 표현되 있다.
특히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그 최고봉이다!
이런분위기를 음악에서 찾아 본다면 1600년대 영국의 궁정음악가,
윌리엄 로즈(William Lawes)가 있다.
(이 양반이 윌리엄 로즈... 대략 느낌이 나온다 ^^;)
로즈는 불협화음을 적절히 사용하여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비올을 위한 5, 6 성부 콘소토에 잘 표현되있다.
지금 흐르는 곡은 5성부 콘소토 중 Fantazya...
사발(Jordi Savall)이 이끄는 에스뻬리옹 21(Hesperion XXI)의 연주이다.
(하단 맨 왼쪽이 사발... 저렇게 모여 연주할수 있다는게 정말 부럽다~ ^o^)
장조의 곡에서 조차 "어쩜 이리도 마이너틱할까!"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하는...저음 선율... +_+;
오래된 고악기들과 어울어진 사발의 정교하고 섬세한 터치가
로즈와버무려져 나오는암울한비올 소리는... 자꾸 들을수록...
주문에걸려 음산하고 어두운 거실로 끌려 가는듯 하다. -_-;
"폭풍의 언덕" 에서 묘사된 히스클립의 집안 구석구석...
힌드리와 캐서린의 하얀 얼굴과 병약한 에드거와 이사벨라...
"어셔가의 몰락"에서 보여 주는 고풍의 기괴한 로더릭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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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흥미 있는건... 사발이 로즈의 이 곡을 레코딩 했을때,
1500년에 제작된작자미상의 소프라노 비올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무려 500년이 지난 악기가 있다는 것!
근데 이브남은 운좋게도 이 악기를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사발이 작년 내한 연주회때가지고 나와 직접 설명해 주었기 때문...
^^v
(요기 보이는게500년된 비올! 급하게 찍느라 좀 흔들렸다는 --;)
악기의 색깔이 보여주듯 오랜 세월이 지난걸 알수 있다.
그럼에도소리는 몇년 안된것 처럼 깨끗했다... ㅡ.○
사발은 대체 저런걸 어디서 구하는건지... ㅡㅡ^
막대한 재력가나 엄청난 후원자를 배경으로 두고 있나부다.
암튼... 부럽기만할 따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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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풍... Anglais.... 은...
무서움.
어두움.
병약함.
창백함.
한없이 빠져 드는...
음.산.한.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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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zia : a 5" from Consort Set a 5 in g minor - William Lawes
Hesperion XXI - Viole de gamba & dir. Jordi Sav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