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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不男의 雜文

나의 첫 기타....

by 이브남 2004. 5. 13.


동아리방 앞 로비의 한쪽 구석엔
검고 둔탁한 하드케이스가 쌓여 있었고...

선배 형들이 앉아서 후배들에게 기타를
정성스레 골라 주고 있었다.


후배들은 어떤 기타를 받을 것인지...

설레임과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길게 줄을 서서
앞선 친구들의 기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저 투박하고 밉상스런 케이스안에...

어쩜 그리도 예쁜 물건이 숨어 있을까!


뚜껑을 여는 순간...

환한 빛을 내며 얼굴을 내미는 물건은 정말 너무...
아름답고 눈이 부셔 안고 싶어도 안을수가 없었다.

이제 새로운... 아니 처음이라 해야...



애.인. 이 생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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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ed by eveNam...)


나의 "애인"은 짙은 갈색의 앞판을 가졌고...
다른 어느것 보다도 예뻤다.

짙은 갈색의 앞판은 다른 친구들의 질투를 사기에 충분했다.

나는 당장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델라이데"


무슨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냥 떠오르는 대로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

당시 베토벤의 가곡들에 심취했던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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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나는 "아델라이데" 보다 더 매력적인 애.인. 에푹~ 빠져 있었다.

달콤한 사랑... ♥♡


"아델라이데"는 점점 나의 무관심 속에
동아리방 여기저기를 굴러 다니는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수많은 상처와 멍을 무슨 명예인듯
십수년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얼마전엔...

브릿지가 통째 떨어져나가는 통에 대수술(^^;)을 했다.

덕택에 상하현주가 상아로 바뀌었고
지판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상처는 그대로였지만....


그후에도 "아델라이데"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계속 되었다.
사무실에 계속 쳐박아 놓았다가 몇일전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케이스를 열었을때....




오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03년 4월 30일...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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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r" - Arianna Savall
Canto y arpa- Arianna Sav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