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얼굴.
약간 통통한 볼살.
크고 까만 눈동자.
도톰한 입술.
그리고...
짙은 눈썹이 꽤 고집있어 보이는,
조그마한 여자아이...
길게줄지어선 희고 검은 건반을,
토실토실, 고사리 같은 손으로꾹꾹 눌러대고 있다.
손가락이 동그랗게 되야 하는데,
힘이 잔뜩 들어간 손가락은 자꾸 펴지기만 한다.
"얘... 넌... 안되겠구나..."
...하며나가버린 선생님의 생뚱맞은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에금방 눈물이 쏟아질듯...
눈이 그렁그렁 해졌다.
하지만 고집이 있어, 당차 보이는얼굴엔,
무언가 굳은 다짐을 하는듯...
진지하기만 하다.
.
.
아무도 없는 조용한 빈연습실엔,
아이가 혼자 남아 있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아이는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손가락을 동그랗게 되게 해주세요..."
"소원을 들어주시면, 나중에 훌륭한 연주자가 될께요"
"약속할께요... 꼭..."
아이의 큰눈이 반짝거렸다.
발그레한 양볼에 도톰한 입술이 펴지며,
얼굴엔 예쁜 미소로 가득했다.
동그랗게 모아진 하얗고작은 손가락이...
길게줄지어선 희고 검은 건반 위를
사뿐사뿐 걷고 있었다.
귀여운 소녀의 향긋한 기억에 부치며...
2004. 7. 28.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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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go" from Concerto for Piano f minor BWV1056 - Johann Sebastian Bach
Piano - Gabriel Tacchino
Enemble Orchestral de Paris - dir. Jean-Pierre Wallez
二不男의 雜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