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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愛

다시 전화 해볼까...

by 이브남 2004. 3. 20.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모하세요?"

"채팅하고 있어요"

"네..."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앗!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거 듣고 싶은거죠?"

"아... 네..."


그렇다고는 했지만, 사실 다른 이야기를 해줬음 했다.

이어 전화기를 타고 "타타타타타...탁!"하며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채팅 방해하는거 아녜요?"

"아... 별로... 방금 시작했어요. 괜찮은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좀 하려구요"

"아... 네...


말을 잇지 못하고 빠른 타자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계속 이야기를 해도 귀찮아하지 않고 받아 주겠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채팅에 맘이 쏠린듯 싶었다.


"그럼 채팅 계속하세요. 그냥 드려본거예요"

"아... 네... 그럼 다음에 얘기해요"


내심 채팅을 멈추기를, 좀 있다가 다시 연락한다고 하길 바랬지만,
"다음에 얘기해요"란 대답에 확실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디플레이어에 음반 하나를 걸어 놓고 전기매트에 스위치를 온했다.

매트가 따듯해질 즈음 위에서 이불을 몸에 둘둘 말고 다시 읽기로한,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내 정신이 흐려져 집중할 수 없었다.

시간은 새벽 2시...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해야 받을 사람은 없다. 아니 미안해서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가능하다. 귀찮아하거나 짜증내지 않는다.

이순간 무언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을거 같다.


어제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같이 맞추신 친목계 반지를 헐값에 파셨는데,
월세가 하루만 일찍 들어왔어도 안팔수 있었는데 하시며 서운해 하시던...

최근 읽었던 책에 나오는 내용 일부가 너무 의인화되고 추상적이라
이해하기 어려워 두번씩이나 읽어 보았다는...

좋아하는 가수가 평소에 없던 의상, 춤에 신경 쓰느라 노래가 약했다는...
백코러스가 너무 틔어 개성있는 목소리가 죽었다는...

새로산 미니스커트는 입어 보았냐는...


그런 이야기를...
그런게 몹시 하고 싶었는데...


다시 전화 해볼까...





2004년 1월 1일...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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