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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愛

그녀의 사전

by 이브남 2004. 3. 30.

그녀의 여동생은 작고 약간 통통하다.

하지만 젖살이 그대로 남아있는 뽀얀 피부에,

동그랗게 큰... 약간 큰 까만 눈과.
동그랗고 자그마한 얼굴.


누가봐도 인형처럼 앙증맞고 귀여운 얼굴이다.


몇일전 꿈속에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소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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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이용하는 음반매장의 택배 박스였고 택배직원 또한 낯이 익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무언가를 싸서 보냈던 봉투가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

내가보낸 우편물의 포장이었다.


언제 몰 보냈을까....
왜 돌려 보냈을까....


포장을 들어내니 낯익은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케이스는 칵테일잔과 우수에찬 여인을 배경으로한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싸여있었고 다시 비닐로 견고하게 덧싸여 있었다.

케이스안의 물건...(사전이 틀림없을 것이다) ....을 꺼내었다.


사.전. 이었다.


책모서리엔... 그녀의 습관대로...
이름 석자가 들어간 1센티미터 원의 도장이 붉게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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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억도 가물거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한겨울 추운 강의실에서 두손 호호 불며
서로에게 건네주곤 열심히 공부하자던...

나는 문법책을... 그녀는 이 사전을...

서로 담.보. 로 맡겼다.

헤어진 후에도 그것들은 서로에게 남아 있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물건이었는데
이렇게 꿈속에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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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혀있는 사전 하나를 집어 들었다.

칵테일잔.... 우수에찬 여인....

책을 꺼내어 주루룩 페이지를 넘겼다.




묵은 종이냄새와 먼지가 코안으로 들어와
코끝을 살짝 간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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