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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옥탑방 카세트테입...

by 이브남 2004. 5. 27.

우리집 옥탑방에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이 많다.

먼지 쌓인 프라모델, 동화책, 필름... 연애편지 까지,
한번 올라가면 족히 한시간이 지나서야 내려온다.

나의 보물창고다.


요즘엔 잘 가질 않는데...

오늘 사라진 씨디를 찾으러 오랜만에 옥탑 나들이를 했다.
(문제의 씨디는... 쇨셔연주의바흐 류트조곡... ㅜ.ㅜ)

여기저기 뒤적이다 반가운 물건이 눈에 띄었다.


카/세/트/테/입/...


.
.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건 초등학교 6학년쯤으로 기억한다.

방학때 "탐구생활"이란 과제물을 교육방송 라디오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나와서 문제를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억에 리라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젤루 많이 출연했다.)

이게 끝나면 12시쯤...
이어서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걸 자주 듣다 보니 그것이 버릇이 되었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구 중, 고등학교 때엔 이미 클래식음악에

푸욱~ 절여져 있었다. ^^;


방학때는 아예 라디오를 끼구 살았다.

세고비아, 브림, 윌리암스, 로메로, 야마시타, 베렌트...

...같은 기타 연주자들... 전부 이때 알았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곡이나 작가, 연주를 다시 들으려고 한거지만...
그땐 듣고 싶은걸 모두구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개, 두개 녹음한 것이 나중엔 제법 그 수가 되었다.
옥탑방에서 본것만 얼추 100여개는 되는듯... --v


테입은대부분 선경 스매트로...
초기엔 푸른색 라벨이었고 나중엔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녹음된 테입 마다 작가와 곡목을 빠빧한 종이에 빽빽이
적어 케이스 크기에 맞게 자르고 접어서 끼워져 있었다.

어떤 곡엔 날짜와 연주시간 까지 적혀 있었고,
심지어는 곡에 대한 설명을 기록한 노트도 같이 있었다.
(음... 이노무 편집증이란 어려서나 늙어서나... --;)


낯익은 이름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피노크, 아르농쿠르, 레온하르트....

"저 연주자들을 이렇게 오래전부터 알았다니~"

~.~




(Sketched by eveNam...)


주섬주섬 몇개를 들고 내려왔다.
그리고 한개를 카세트에 넣고 돌렸다.


화려한 쳄발로의 소리가 떨어지는 분수처럼 부서지며 쏟아졌다.

바흐의 "파르티타 4번"....

피노크의 연주였다.

D장조의 우렁차지만 아담한 화음과 트릴...


스매트 녹음테입 중 SK는 음악전용이라 장기간 보존 된다고
적혀 있건만... 흐르는 세월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는가 보다.

ㅠ.ㅠ


뚝배기 끓는 소리에 음들이 뭉게지기 시작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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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레코딩이 좋아져서 음반들은 항상 깨끗함을 제공한다.
이젠 여기에 귀가길들여져 언제부터인가 정제된 소리가 아니면...

명연도, 열연도 별루였고 은근히 짜증까지 내게 되었다.


근데... 테입에서 흐르는 이 사운드는 결코!
결코 상태가 좋다고 할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따/뜻/함/ 이 느껴졌다.



아마 테입을 들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도내 카세트의 데크는 늘 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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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결국 쇨셔 음반은 못찾았다...

이브남...

하는게 다 그렇지~

ㅡㅡ;





2003년 11월 5일... eve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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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sleeves To A Ground - Anonyme
Hesperion XXI - dir. Jordi Savall